지난해는 3월 일본 대지진, 7월 태국 홍수 등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가 큰 홍역을 치른 해였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파산의 위험에 처한 미국자동차 업체들이 성능이 개선된 차량을 내놓으며 회복하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리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2011년 판매된 자동차의 공식적인 집계는 이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가 지난해 11월 까지 판매량 추이와 12월 추정치를 집계해 전세계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는 무엇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게 힘겨운 한해였습니다. 이미 2010년 렉서스를 시작으로 연이어 터진 리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차 출시일정이 미뤄진 상황에서, 지진과 홍수 거기에 엔고까지 겹치면서 이들 업체들의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됐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업체 현대기아차와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위기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일본 업체들이 주춤한 상황에서 해외공장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러시아와 중국, 남미 등 신흥 자동차 소비국으로 떠오른 국가에서 판매를 확대했습니다.
2010년 경기부양을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과 일본 각 국 정부가 실시한 신차 구입시 세제혜택이나 노후된 차량 폐차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이 종료됐기 때문에, 지난해는 고유가와 맞물려 연비가 좋은 소형차 판매가 두드러졌습니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1리터 이하 경차(마이크로카) 시장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하고, 배기량 1.6리터 전후 소형차(컴팩트카) 시장이 두드러지게 성장했는데, 이는 기존 중형차와 SUV 소비자들이 상당수 소형차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단일 모델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 순위를 살펴보면 대부분 차량이 소형차로 나타났습니다.
1위는 102만대가 판매된 토요타 코롤라로 2010년보다 판매량은 2%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코롤라는 15개 나라에서 생산돼 14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코롤라의 장점은 일관된 품질과 저렴한 가격, 높은 연료효율성을 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격대비 가장 상품성이 우수한 모델이라는 얘기입니다. 국내에서 코롤라는 높은 가격 책정으로 혹독한 판매량을 보였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있는 차량입니다.
2위는 101만대가 판매된 현대자동차 아반떼(해외명 엘란트라) 입니다. 아반떼는 1위 코롤라를 단 1만대 차이로 위협하며 단일 모델 판매 2위에 올랐습니다. 신형 아반떼의 개선된 디자인과 성능을 감안하면 내년 1위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반떼는 불과 2년전만해도 단일모델 판매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지만,경쟁차종인 일본 업체들이 홍수와 지진으로 순위에서 밀려날 때를 노려 단숨에 2위로 올랐습니다.
3위는 93만4000대가 판매된 제너럴모터스의 중국 합작법인 울링(Wuling)의 '션샤인'이 차지했습니다. 중국은 자동차 산업 성장을 위해 자국내 업체와 합자법인만을 허락하기 때문에 제너럴모터스가 아닌 '울링'이라는 합작사 이름으로 자동파를 판매합니다. 현대자동차 경우에도 베이징현대(BHMC)로 차량을 판매 중입니다.
션샤인은 우리나라로 치면 '다마스' 정도에 해당하는 미니밴입니다.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국내에서 가족용 자동차와 상업용 모두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93만4000대라를 깜짝 수치가 나왔습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세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하지만 션샤인이 판매량이 3위를 차지한 것에는 GM이 중국 가격을 공격적으로 내린 이유도 있습니다. GM은 선샤인 판매가격을 기존 3만3000위안(약 607만원)에서 2011년 8월 2만8000위안(약 515만원)으로 15% 인하했습니다. 이는 GM이 향후 중국 자동차 시장을 염두에 두고 손해를 감수하는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중국 미니밴 시장에서 GM은 50% 가량 점유율울 차지하고 있습니다.
4위는 91만9000대가 판매된 포드 '포커스'가 차지했습니다. 포드는 포커스 뿐 아니라 피에스타로 소형차 부문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형차와 픽업트럭으로 연상되는 미국차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포커스의 상품성은 아직 일본이나 유럽차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주행성능과 편의성면에서 높은 만족감을 주는 모델입니다.
또, 미국에서는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작용했으리라고 보입니다. 미국에서도 외제차보다 국산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포커스는 미국 뿐 아니라 영국에서 특히 많이 판매됐는데, 해치백을 선호하는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서도 가격만 조금 더 낮아지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위는 81만5000대가 판매된 기아차 '프라이드(해외명 리오)'가 차지했습니다. 프라이드 경우 전체 판매량 중 50만대가 구형 모델이기 때문에, 신형 모델 판매에 힘입어 올해에는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형 프라이드는 디자인과 성능, 연비가 모두 개선됐으며, 이미 동급 차량 중 가장 높은 경제성을 인정받은바 있기 때문에 신형에 대한 반응도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아차는 중동과 브라질 지역에 현지공장,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올해 신흥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조사업체마다 표본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지만 2011년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6500만대~7000만대로 예상됩니다. 이 중 단일모델로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업계에서 그만큼 수익을 보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단일모델 판매 확대는 매우 유리한 전략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신차 개발비를 빠르게 회수할 수 있고, 판매 국가가 확대되더라도 해당 국가의 기준에 맞춰 몇 가지만 수정해서 판매하면 되기 때문에, 단일 모델 판매량이 높아질 수록 수익은 극대화 됩니다. 반면 다수 모델을 생산하는 기업은 그만큼의 개발비가 추가로 투자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신예 업체들과 기존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본차 업체들, 고급차 중심에서 소형차까지 차급을 낮춰 대중화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차 업체들의 3파전 양상이 예상됩니다. 특히 토요타, 혼다, 닛산, 마쯔다 등 일본 업체들이 그동안 출시를 미뤄왔던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마케팅력을 집중해 현대기아차와 독일차업체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여, 그 어느해보다 뜨거운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친환경차 시장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비를 리터당 30km까지 개선한 하이브리드카, 내연기관과 전기배터리+모터를 갖춰 일정거리는 배터리로 주행하다가 필요시 내연기관을 활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100% 전기만으로 구동되는 상용 전기차가 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친환경차 부문은 수년전부터 존재했지만 올해 달라지는 부분은 내연기관 차량에 근접한 차량 가격과 월등히 저렴한 유지비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친환경차가 관공서나 일부 전문가층을 대상으로 하는 차량이 아니라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차량이 되는 원년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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