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무조건 진보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IT 분야, 자동차 분야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적 수준, 메카니즘의 진보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구형보다 떨어지는 성능의 신형 컴퓨터, 구형 자동차에 비해 떨어지는 성능의 자동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형이 출시되면 구형의 중고 가격이 큰폭으로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우리 인생사는 언제나 '절대적인 법칙'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적 진보로 무조건 구형에 비해 신형이 우수할 것이라는 관념이 몇몇 모델로 인해 깨지기도 하는데,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인 혼다 9세대 시빅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에는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모델이 몇 종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의 비틀과 골프, 도요타의 캠리와 코롤라, 혼다의 어코드 그리고 시빅이 대표적입니다. 대중차로 전세게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다 실속, 경제성, 내구성 등 양산 자동차의 필수조건을 충실하게 담아낸 베스트셀러이며 전세계적으로 최소 1000만대 이상 팔린 모델들이기 때문입니다.
시빅은 1972년 데뷔 이래 8세대의 모델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160 개국에서 총 2000만대가 넘게 팔렸을만큼 유명한 글로벌 베스트셀러입니다. 책이나 앨범도 2000만부 판매를 했다면 초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판에 20000달러에 육박하는 자동차가 2000만대 팔려 나갔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동차 역사에서 손가락에 꼽힐만한 업적입니다. 이는 또한 품질이나 가격 대비 가치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혼다는 약 40년간 전세계 사람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시빅의 9세대 최신 모델을 2011년 말 국내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2007년 8세대 모델 등장 이후 약 4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루어진 변경 작업이라 큰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외형 디자인을 좀 더 차분하게 다듬고 실내 인테리어에 디테일을 더하여 보다 최신 모델다운 이미지를 추가하였습니다.
시승 모델은 9세대 시빅 가운데서도 최근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참고로 9세대 시빅은 기본형인 1.8LX(1798cc, 142마력, 17.7kg.m, 공인연비 14.5km/l)와 사양을 조금 높인 1.8EX,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인 1.5 하이브리드(1497cc, 91마력, 13.5kg.m, 공인연비 24.7km/l) 세가지 모델로 출시됩니다. 출시 가격은 1.8 LX가 2690만원, 1.8 EX가 2790만원, 그리고 시승 모델인 1.5 하이브리드가 3690만원 입니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기존 니켈 수소 배터리를 리튬이온 방식으로 교체, 배터리 무게는 30% 가량 줄이고, 용량은 30% 늘린 것이 특징입니다.
시빅은 혼다를 대표하는 글로벌 준중형 모델로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아반떼 급에 해당합니다. 국내에는 대부분 준중형 차량에 1.6 엔진을 탑재합니다만, 시빅은 일반 모델에 1.8 가솔린 엔진을 적용하여 보다 높은 출력을 제공합니다. 전반적으로 쉐보레 크루즈 1.8 모델(142마력, 17.8kg.m, 연비 13.7km/l)과 거의 비슷한 성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가격은 국산 중형차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국내 준중형차와 비교하면 약 1000만원 가량 높습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 부분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시빅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엔진은 4기통 가솔린 1.5리터 SOHC i-VTEC으로 최고 91 마력, 최대 13.5kg.m 토크를 냅니다. 수치를 논하기가 부끄러울만큼 떨어지는 성능이며 국산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성능입니다. 17킬로와트의 전기 모터가 보조 역할을 하면서 힘을 보태기는 합니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2012년에 출시된 모델로는 초라하기 그지 없는 출력입니다.
물론 연비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상 최대한 연비를 쥐어짜기 위한 셋팅이 적용된 결과이겠습니다만, 성능과 연비를 모두 만족시키는 유럽 디젤 모델들과 비교해보면 오로지 연비 때문에 효율적인 출력을 대부분 포기해야 하는 하이브리드는 '반쪽짜리 자동차' 같다는 느낌이 큽니다.
하이브리드는 흔히 직렬, 병렬, 직병렬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시간이 지날수록 혼합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더 우수한지에 대한 논쟁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직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이 발전기를 구동시키고 발전기가 전기모터에 전류를 공급하여 구동축을 가동시키는 방식으로 주요 구동축은 전기모터가 담당하며 엔진은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병렬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구동축에 힘을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즉 일반 자동차와 동일하게 엔진이 구동축에 바로 연결되며 전기 모터가 추가로 출력을 보태는 형태입니다. 혼다 인사이트, 시빅 하이브리드, 소나타 하이브리드 등이 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입니다.
직병렬 하이브리드는 직렬방식과 병렬방식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저속에서는 전기 모터만으로 구동되며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엔진 구동 방식으로 대체되는 형태입니다. 도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하이브리드 등이 직병렬 하이브리드에 해당합니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공회전시 낭비되는 가솔린을 절약하기 위해 스탑앤 스타트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차시에는 엔진 시동을 꺼 연료 소비를 막고 재출발을 위해 브레이크를 떼면 다시 시동을 걸어주는 방식으로 유럽 디젤 모델에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연료 절약 기술입니다. 물론 배터리 잔량이나 엔진 온도 조건이 맞아야 작동합니다. 정차시 시동을 끄기 때문에 뛰어난 정숙성을 제공하며 재시동 되는 과정도 부드러워 디젤 모델과 같은 이질감이 없다는 점은 하이브리드 모델만의 장점입니다.
일단 연비를 위해 출력을 포기한 모델이니, 연비 부분부터 점검해 보겠습니다. 메이커가 보증하는 공인 연비는 리터당 24.7km입니다. 이는 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하는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 실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의 연비를 보였을까요? 시승 기간 동안 약 30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해 보았습니다. 시내 : 시외 비율은 약 5:5였으며 특별히 연비 주행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패턴으로 편안하게 급가속, 급제동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차를 운행하였습니다. 결과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누적 연비는 리터당 14km 정도였으며 실제 연비는 리터당 약 13km 내외를 보였습니다. 이는 공인 연비에 비해 비해 무려 리터당 10km 이상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급가속, 고속 주행 환경에서는 리터당 10km 수준까지 연비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럼 공인 연비인 24.7km/l는 현실과 동떨어진 연비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빅 하이브리드로 리터당 20km 이상을 뽑아낼 수는 있습니다. 단 이럴 경우 극도로 세심한 연비 주행을 해야 합니다. 급가속, 급제동은 물론 연비 게이지를 띄워 놓고 탄력 주행을 하기 위해 온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연비 상관 없이 편안하게 운전해도 리터당 평균 15km 이상을 뽑아주는 유럽 디젤 소형 모델과 비교해보면 그야 말로 뻘짓(?)이라 할 수 있을만큼 효율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이런식으로 연비를 뽑아 내야 하는 차량임에도 출력은 동배기량 최저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저속에서 내는 토크는 1.5리터 소형 모델 수준은 커녕 준중형 차대에 경차 엔진을 넣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부실합니다. 시승 코스 가운데는 스키장으로 향하는 경사 구간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그동안 거의 모든 시승 차량이 문제 없이 통과했던 코스를 시빅 하이브리드는 출력 부족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을 여러 번 연출하였습니다. 경사도가 높은 커브 구간에서는 견인력을 상실한채 차량이 완전히 멈춰섰으며 해당 구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차량을 완만한 곳으로 후진시킨 다음 재진행시켜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적정한 토크를 공급하지 못하는 엔진과 부실한 힘으로 위기를 어떻해서든 넘겨보려는 변속기의 허우적거림이 어울려 그야 말로 차체가 쿨렁쿨렁 널뛰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습니다. 뒤를 바짝 따르는 차량이라도 있었다면 한마디로 낭패를 당할뻔 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서스팬션은 전륜이 맥퍼슨 스트럿 방식이고 후륜은 멀티 링크 방식입니다. 가격 대비 무난한 구성이지만, 하체 성능에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선 고속 주행시 안정감이나 서스펜션의 답력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만, 급코너링시 언더스티어 현상이 심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면서 승차감도 그리 좋은 편이 못되는데요, 노면의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하며 하부에서 유입되는 소음도 8세대 시빅을 웃도는 수준을 보였습니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에서는 하체가 단단하게 조여져 있지 않고 약간 풀려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특히 경사진 도로를 빠르게 내려갈 때에는 시승자도 모르게 브레이크 패달을 힘껏 밟을 정도로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국한된 문제인지, 아니면 9세대 시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인지는 노멀 버전을 시승해봐야 알 수 있는 사항이겠습니다만, 그동안 탄탄한 하체와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시빅의 최신 모델로는 의외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력 성능에서 유일하게 만족을 주는 부분은 고속 회전 구간에서의 출력입니다. 스포츠 모드인 S로 지정한 상태에서는 변속 타이밍을 6000rpm까지 늦춰 엔진 출력을 최대한 쥐어짤 수 있도록 변속 타이밍이 변경되는데요, 이 때에는 엔진이 갖고 있는 출력을 그야말로 100% 활용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합니다. 저속 토크 부분에서 워낙 큰 실망을 했기 때문인지, 고속 회전 구간에서는 제법 인상적인 속도 상승력(어디까지나 엔진 제원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의미입니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외에는 출력 부분에서 칭찬할만한 부분은 마땅히 없습니다. 최고 속도는 160km/h로 제한되어 있는데요, 이 역시 2012년형 최신 모델로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입니다.
정숙성 면에서도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도심에서 차량의 흐름에 맞춰 시속 80km 이하로 차량을 이용할 경우 소음 부분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정차시 시동을 끄고 켜는 스탑 앤 스타트 기능으로 일반 가솔린 모델 대비 우수한 정숙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시속 80km를 넘기는 고속 주행시에는 엔진룸과 하체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다소 거슬리기 시작하며 140km/h 이후부터는 운전자의 신경을 자극할만큼 외부 소음이 크게 증가합니다. 조심조심 연비 주행을 해야 공인 연비의 80% 수준에 해당하는 효율을 얻을 수 있는 병렬 하이브리드 모델인만큼 도심에서 편안하게 이용하는 용도이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고성능 스포츠 모델이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시빅 하이브리드에는 CVT가 조합됩니다.CVT 변속기는 일명 무단 변속기로도 불립니다. 초기의 CVT는 폴리와 벨트에 의한 구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슬립이 자주 일어나고 내구성 부분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였습니다만, 최근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CVT 변속기 기술이 발전한 상태입니다.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axle)는 연속적으로 변속을 수행하는 변속기를 의미합니다. 일반 자동변속기는 고정변속단이 설정되어 있고 각 변속단 간의 기어비 이동을 주행상황에 맞추어 자동적으로 진행시킵니다. 따라서 변속시 기어가 바뀜에 따른 충격이 발생하며 이를 '변속 충격'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무단변속기는 일반 자동 변속기처럼 변속쇼크가 발생하지 않고 시종일관 미끈한 가속을 이끌어 냅니다. CVT는 원래 속도 변동이 잦은 상황을 상정하여 개발된 변속기이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의 정속 주행보다는 정체, 저속 등을 특징으로 하는 도심에서 효율을 발휘합니다. CVT 변속기가 연비 면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 역시 정체, 저속 주행 위주의 도심 주행시 해당되는 얘기이고, 고속 주행시의 연비는 일반 자동 변속기에 비해 특별히 좋지는 않습니다.
CVT변속기는 일반변속기와는 달리 주어진 엔진 회전축과 휠 구동축 사이에 메탈 벨트를 연결하고 패턴에 따라 최상 변속비와 최소 변속비 사이를 무한적으로 변속(양쪽 측에 닫는 면적을 변환하는 방식으로 스쿠터에 사용되는 변속기와 기본 개념은 같습니다.)시킴으로서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지닌 반면 최대 변속비가 일반 자동 변속기에 비해 낮게 셋팅되어 있어 발진 가속면에서는 일반 자동 변속기에 비해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연비를 우선시하는 모델의 경우 스로틀바디 반응에 따라 기어비를 연속적으로 바꾸어 주는 CVT가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CVT 변속기 역시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특성을 보이고 시내 주행시 연비 면에서 득을 본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고 토크가 약한 엔진 특성상 저속에서 효율적인 힘을 전달하지 못하고 허둥댄다는 점은 부정적인 부분입니다.
제동 성능 부분에서는 별다른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패달 답력이나 제동 유지력, 급제동시 차체의 반응 등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에는 15인치 알루미늄 휠이 기본 제공됩니다. 경차를 제외하고 15인치 사이즈의 휠을 실로 오랫만에 보는군요. 멋보다는 연비 효율을 중요시한 디자인이라고 하는데요, 효율도 높이면서 외형적으로 멋있는 디자인을 다시 찾아야 할듯 싶군요. 타이어는 전륜과 후륜이 동일하며 195mm/65 R15 제원을 사용합니다.
외형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외형 디자인에 대해 논하기 앞서 2011년도는 일본에게 최악의 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세계를 패닉 상태로 빠뜨린 일본 대지진 사태를 비롯하여 태국 대홍수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유래 없는 타격을 입었습니다.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도요타는 대지진으로 카운터 펀치를 맞고 비틀거리고 있으며 혼다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악재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해서일까요? 일본 자동차 기업의 디자이너들도 가히 정상 컨디션은 아닌듯 합니다. 신모델이라고 내놓은 디자인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일본차의 헛발질은 9세대 시빅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외형 사이즈는 길이 4,550mm, 폭 1,755mm, 높이 1,435mm이며 휠베이스2,670mm입니다. 현대 아반떼 MD의 경우 길이 4,530mm, 폭 1,775mm, 높이 1,435mm이며 휠베이스가 2,700mm이니 시빅은 딱 아벤떼 급의 준중형 모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얇고 날렵하게 디자인되어 있는 전면부는 볼륨감과 존재감이라는 최근 트랜드와는 동떨어진 형태이며 헤드라이트 라인일을 라디에이터 그릴의 선과 일체화한 부분에서도 진부함이 느껴집니다.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민감한 부분입니다만, 9세대 시빅의 외형은 '멋지다', '세련되다'라는 표현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전면부 디테일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매탈 느낌의 그릴부도 제법 세련된 컷을 보여주고 있고 좌우로 날카롭게 펼쳐진 헤드램프도 제법 샤프한 느낌을 주기는 합니다. 그런데 전체 실루엣을 놓고 보면 디자인이 아주 잘되었다거나 호감이 느껴지는 스타일은 아닌듯 합니다
전면부터 납작하게 눌려진 선은 좀처럼 볼륨감을 찾지 못한채 루프라인까지 이어지며 후면부로연결되는 선도 어정쩡합니다. 나름 쿠페의 날렵한 라인을 연출하고 싶었겠습니다만, 적당한 볼륨감 없이 눌려져 있는 형태인지라 외소하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옵니다. 실제로 동급의 준중형 모델들과 비교해보면 9세대 시빅의 덩치가 가장 작아 보이는데다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후면부에서도 특별함은 엿보이지 않습니다. 어코드의 테일램프를 약간 손본 정도로 역시 최신 트랜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성이며 시각적으로 독특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세부적으로 개성미를 보여주었던 전면부에 비해 너무 무난한데다 통속적인 배치여서 후면부에 대한 만족감이 크게 떨어집니다.
테일램프의 모습입니다. 2012년형 최신 모델 가운데 가장 특징이 없는 디자인이 아닐가 싶군요.
시빅의 실망스러운 디자인은 휠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휠이라고 합니다만, 이와 같은 디자인의 휠은 시빅이 처음입니다. 효율을 극대화면서도 시각적으로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목적이라는 것은 속된말로 똑똑한 초등학생도 알만한 사항입니다. 도대체 9세대 시빅 디자이너는 무슨 배짱으로 저런 휠 디자인을 내놓았고, 혼다 경영진은 무슨 생각으로 오케이 사인을 했을까요?
사이드 미러의 모습입니다. 낮은 자세의 차체와 달리 쫑끗 선 형태여서 전체적인 분위기와 겉도는 느낌입니다. 방향 지시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후방 시야각은 좋습니다.
내부 인테리어 구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빅의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로 대표됩니다. 준중형 모델이지만 탄탄한 주행 성능을 갖춘 선대 모델들의 전통을 따라 9세대 모델 역시 운전자 편의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보여줍니다. 센터페시아 중아 패널은 운전자를 향해 약 10도 정도 틀어져 있고 데시보드 역시 운전자에게 보다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센터페시아 중앙 패널부입니다. 쿠페의 경우 약 5도 정도 운전자 방향으로 패널 각도를 트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시빅은 약 10도 정도로 각도가 크게 틀어져 있어 운전자가 패널 버튼 조작을 최대한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상단부터 오디오 조작 패널, 에어컨디셔너 조작 패널, 열선 기능 버튼, 수납함 순입니다.
오디오 패널부의 모습입니다. 일반적인 형태로 특기할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네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하지 않고 있는데다 거치형 네비게이션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인데요, 차후 이 부분이 AV 모니터로 교체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차후 적용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초기 모델부터 모니터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군요. 초기 구입자들만 답답할 노릇입니다. 오디오 성능 역시 평범한 수준입니다.
애어컨디셔너 패널부의 모습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형태라 사용감이 우수하지는 않습니다만 직관적인 배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밑으로는 시트 열선 기능과 AUX 단자, 시거잭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9세대 시빅의 계기판은 3분할 방식으로 메인 계기판이 엔진 회전수와 기어 단수, 각종 경고 표시를 담당하고 있고 상단 좌측 부분이 속도, 연료 게이지, 온도계 기능을 담당하며 상단 우측이 차량의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트립 컴퓨터 모니터 역할을 담당합니다. 시빅의 실내 구성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며 혼다가 자랑하는 '미래 지향적인 구성'입니다.
속도계와 트립 컴퓨터 모니터를 상단 부분에 배치하여 마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구성한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위와 같은 구성이라면 전방 시야를 유지하면서 속도나 차량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같은 부가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반면 3분할된 계기판의 활용도는 다소 떨어집니다. 특히 현재의 구성에서는 네비게이션을 거치할만한 마땅한 공간이 나오지 않는데요, 혼다측은 차후 센터페시아 패널 상단의 오디오부를 AV 모니터로 교체하면서 네비게이션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허나 초기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는 차후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분이기 때문에 후속 조치가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현재 RPM 게이지로 사용하는 부분을 LCD 모니터로 활용하여 네비게이션을 비롯한 각종 정보용 모니터로 활용하였다면 첨단 계기판의 활용도가 한층 강화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계기판 좌측 하단에는 연비 주행을 위한 ECON 버튼을 갖추고 있어 연비 주행에 도움을 줍니다. 물론 이 기능을 사용하게 되면 고연비에 맞는 변속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능동적인 드라이빙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변속 레버의 모습입니다. 최첨단 하이브리드 모델의 변속 박스로 보이게는 너무 일반적이군요. 차세대 동력원을 탑재한 모델이니만큼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만한 특별한 시각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작두 타입의 사이드 브레이크도 2012년형 최신 모델로서는 다소 깨는 구성이로군요.) 변속 박스 앞쪽에는 휴대폰, 지갑 등을 놓을 수 있는 수납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내부 마감재의 품질은 그리 고급스럽지 않습니다. 일반 플라스틱 또는 우레탄 재질과는 달리 친환경 느낌이 드는(창호지 질감?) 마감이 사용되어 있습니다만, 보기에는 그리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다소 가벼우면서 저렴한 티가 난다고 할까요? 마감재에 대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 3스포크 방식이며 적당한 사이즈와 그립감을 갖추고 있습니다. 십자키 형태의 좌우 버튼부를 포함하고 있으며 하단의 V 몰딩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핸들링은 전반적으로 날카로운 느낌보다는 다소 느슨한 느낌으로 스포츠 주행에 적합하였던 기존 시빅과 차이를 보입니다.
우측 스포크에 배치되어 있는 크루즈 콘트롤 버튼부의 모습입니다.
윈도우 와이퍼 작동을 제어하는 레버입니다. 우천시 자동으로 와이퍼를 조작시켜 주는 우적 감지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등화 장치를 조절하는 레버입니다. 주변 밝기에 따라 조명 장치를 자동으로 켜주는 오토 라이트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센터페이시아 좌측 부분에 배치되어 있는 차량 자세 제어 장치 스위치의 모습입니다.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풀스마트키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시동을 켜고 끌 수 있으며 도어 잠금 해제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도어 잠금 해제 기능은 운전석 도어에서만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후방카메라는 상단 우측 계기판으로 출력됩니다. 모니터 사이즈가 작아 사용감이 좋지는 않습니다.
실내등 조작 패널입니다. 국내 도입되는 시빅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선루프가 빠져 있습니다. 차량 가격대를 감안하면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실내 미러 역시 ECM(자동 눈부심 기능)이 빠져 있습니다.
선바이저 안쪽에 화장 거울과 조명을 넣어 여성 오너들을 배려하였습니다.
글로브 박스 안쪽의 수납합입니다. 수납함 사이즈는 차량 사이즈 대비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암레스트는 시트와 동일한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안쪽의 수납함은 적정한 사이즈이며 USB 단자를 갖추고 있어 외부 기기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암레스트 앞쪽에 배치되어 있는 두 개이 컵홀더입니다. 재떨이는 텀블러 형태로 제공하여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도어 안쪽 부분의 마감은 무난합니다. 가죽 트림과 실버 몰딩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하단의 수납함은 작아 활용도가 좋지 않습니다.
윈도우 조작 패널 및 사이드 미러 조작부의 모습입니다. 운전석만 오토 기능을 지원합니다. 차량 가격을 감안하면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시트의 가죽 재질 및 마감은 우수합니다. 시트 쿠선도 적당한 수준으로 장시간 착석시 불편감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수동 시트인 점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3690만원이나 하는 준중형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전동시트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2열시트 공간은 그리 충분치 않습니다만 성인 3인이 탑승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2열 시트 중앙 부분에는 2개의 컵홀더를 갖춘 암레스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트렁크 안쪽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은 일반 세단에 비해 넉넉치 못합니다. 골프백 두 개 정도가 겨우 들어갈만한 공간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단점에 해당합니다.
트렁크 바닥을 들어내면 교체용 간이 타이어와 타이어 교체 공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총평
도심에서 근거리 이동용, 출퇴근용 등의 단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 수단, 이동 반경 내에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이나 언덕 구간이 많은 경우와 같은 다용도 환경에는 절대 비추입니다. 비포장 도로에서 안정감을 잃는 하체, 경차 수준에 해당하는 저속 토크, 유럽 디젤 모델 대비 떨어지는 연비 효율 등 전반적으로 차량 가격대에 비해 상품성이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다 시빅의 전통이나 스타일을 극히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시빅의 명성 때문에 관심을 갖는 분이라면 시승자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디자인, 성능, 경제성, 전반적인 상품성 모두 3600만원이라는 차량 가격에 모자랍니다. 그동안 기술의 혼다라고 칭송받던 기업이 이런 모델을 출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따름입니다.
얼마전 도오타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베스트셀러인 코롤라를 말도 안되는 가격에 들여와 '개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데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역시 도오타 코롤라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품성, 성능, 가격 경쟁력 등 어느 한 부분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9세대 시빅 하이브리드는 국내에서 가장 안팔리는 모델로 수위를 다투지 않을까 싶군요. 가격 대비 떨어지는 상품성 문제가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국한된 문제인지, 아니면 9세대 시빅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최종 평가는 노멀 버전 시승 이후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출력 부분에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배기량 대비 크게 떨어지는 저속 토크는 시빅 하이브리드의 결정적인 단점입니다. 경사가 있는 언덕 구간에서 비실대는 엔진과 낮은 토크를 어떻게 끌어 내야 할지 모르고 허둥대는 CVT 변속기의 조합은 가히 최악이라 할만한 수준입니다. 주행 만족도는 차치하더라도 '안전'이라는 부분까지 염려하게 만드는 조악한 수준의 저속 토크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디자인 부분만큼은 시승자가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러고 해도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인지라 디자인 부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만, 최신 모델답지 않게 디자인이 올드합니다. 9세대 시빅의 외형은 최신 트랜드와는 동떨어져 보이는데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1992년 출시된 기아 세피아의 신모델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만큼 최신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계기판을 제외한 내부 구성도 시대에 뒤쳐져 보입니다. 혼다가 첨단 스타일이라고 치켜 세우는 계기판도 3분할 방식으로 독특하게 구성해서 그렇지 정보 표시는 전혀 첨단스럽지 않습니다. 메인 계기판을 RPM 게이지로 낭비하는 것도 그렇고 속도계 부분이나 정보 표시 LCD 등도 단순히 정보를 나누어 출력할뿐 효율적인 구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의 부재 역시 차량 가격대를 감안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현재의 구성에서 오디오 데크 부분을 AV 모니터로 변경하고 이 부분에 네비게이션을 넣을 수는 있어보입니다만, 이럴 경우 초기 구입자들은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실내 마감재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 않습니다. 질감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고급스러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멉니다. 속된말로 창호지를 붙여 놓은 듯한 내장재 표면 마감은 자동차 내부 마감재로서의 격이 떨어져 보입니다. 3600만원이 넘는 차량임에도 전동식 시트가 아닌 점, 선루프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도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어떤 오너들에게 적합할까?
오랜시간 시빅을 알아왔고 시빅에 익숙하며 시빅이라는 차량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는 분이라면,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장점에 주목하시는 분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분들은 관심을 갖지 않으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3690만원이면 시빅 하이브리드보다 높은 상품성을 갖춘 모델들이 차고 넘칩니다. ^^
- 오토기어








오토기어
덕분에(?) 9세대 하이브리드 시빅에 대한 호감이 눈녹듯 사라졌네요~ ㅎㅎ
다만 낮은평가 주셨던 디자인만큼은 저는 매우 만족합니다만, 아뭏튼 성능이 너무 아쉽네요.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 아까울정도입니다.
노멀버전도 시승예정이라니 기대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리뷰로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